새벽 3시, 베개 옆에 놓고 간 인형... 고양이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CAMI Labs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베개 맡에 차가운 벌레 사체가 놓여있었던 경험 있으신가요? 아니면 축축하게 침 묻은 쥐 인형이 이불 위에 올려져 있다거나요. 비명을 지르려다가도,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고양이를 보면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죠.
많은 사람들이 이걸 '고양이의 보은'이라고 부릅니다. "고양이가 주인을 사냥도 못 하는 무능력자로 봐서, 먹여 살리려고 가져다준다"는 설명이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어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전부는 아니에요.
고양이가 사냥감을 물어오는 행동 속에는 단순한 '교육'을 넘어선,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과 공간에 대한 심리, 그리고 뇌에서 나오는 기쁨의 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서, 고양이의 기특하면서도 때론 오싹한 선물의 진짜 의미를 알아볼게요.
가장 잘 알려진 설명부터 시작할게요. 영국의 동물 행동학자 데스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이 행동을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가르치는 본능'으로 설명했습니다.
야생에서 어미 고양이는 새끼에게 사냥하는 법을 가르칠 때 3단계를 거쳐요.
중성화 수술을 한 집고양이라도 이런 본능은 뇌 깊숙한 곳에 남아있어요. 고양이 눈에 우리 집사는 '덩치는 큰데 쥐 한 마리 못 잡는 둔한 가족'으로 보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러다 우리 집사 굶어 죽는 거 아냐?" 싶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사냥감을 물어다 주는 거죠.
[궁금증 해결] "그런데 우리 집 수컷 고양이도 물어오는데요?"
맞아요. '모성 본능'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실제로는 암컷이든 수컷이든 상관없이 무리 생활을 하는 고양이과 동물에게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무리에서 약한 구성원을 챙기는 본능이죠. 다시 말해, 여러분은 고양이에게 '내가 보살펴야 할 소중한 가족'으로 인정받은 겁니다.
하지만 요즘 동물행동 전문가들은 단순히 '가르치려고'만은 아니라고 말해요. 고양이가 먹이를 물고 와서 집사 앞에서 자기가 먹어버리는 경우도 많거든요. 가르쳐주려는 거라면 왜 자기가 먹을까요?
이건 고양이의 '중심지로 먹이를 가져오는 습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야생의 고양이는 사냥하는 곳(위험한 장소)과 쉬는 곳(안전한 장소)을 확실히 구분해요. 사냥터에서 먹이를 먹다가 더 큰 포식자에게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잡은 먹이를 물고 가장 안전한 '핵심 구역'으로 돌아와서 먹으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집고양이에게 그 '핵심 구역'은 어디일까요? 바로 집사가 있는 곳입니다. 집사의 침대, 집사의 발밑은 고양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에요. 즉, "이거 너 먹어"가 아니라 "휴, 밖에서 사냥하느라 무서웠는데 이제 안전한 우리 집사 옆에서 편하게 먹어야지"라는 심리일 수 있는 거죠. 이건 고양이가 여러분을 얼마나 깊이 신뢰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만약 고양이가 살아있는 벌레나 장난감을 물고 와서 여러분 앞에 툭 떨어뜨리고 '야옹' 하고 운다면요? 이건 100% 놀이를 하자는 신호이거나 자랑입니다.
사냥에 성공했을 때 고양이의 뇌에서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돼요. 기분이 최고로 좋은 상태죠. 이 흥분을 혼자 즐기기 아까워서 집사에게도 공유하고 싶거나, "내가 이걸 잡았어! 나 대단하지? 칭찬 좀 해줘!"라고 과시하고 싶은 겁니다.
특히 장난감을 물어오는 경우는 '가져와 놀이'를 하자는 신호일 확률이 높아요. 강아지만 공을 물어오는 게 아니거든요. 고양이는 사냥감(장난감)을 다시 던져주면, 또다시 쫓아가서 사냥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즐거워합니다.
고양이가 쥐나 바퀴벌레를 물어왔을 때,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거나 혼내는 건 좋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내가 밥을 줬는데 왜 화를 내지?"라고 혼란스러워하거나, 여러분의 큰 비명을 "우와! 집사가 엄청 좋아서 소리를 지르네!"라고 오해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다음날 더 큰 바퀴벌레를 잡아올지도 몰라요.
가장 현명한 대처법은 '침착하게 무관심하기'입니다.
고양이가 물어온 침 묻은 장난감이나 벌레, 더러운 양말... 사람 눈에는 쓰레기처럼 보일지 몰라요. 하지만 고양이에게 그건 자신의 에너지와 기술을 쏟아부어 얻어낸 '가장 소중한 전리품'입니다.
고양이는 아무에게나 사냥감을 공유하지 않아요. 자신의 생존을 맡길 수 있을 만큼 신뢰하는 존재, 혹은 내가 먹여 살려야 할 만큼 아끼는 가족에게만 이런 행동을 합니다.
그러니 오늘 밤 베개 맡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비록 소름 끼치더라도 속으로는 흐뭇해하셔도 좋아요. 당신은 고양이에게 '선택받은 가족'이라는 최고의 인증을 받은 셈이니까요.